아침 출근길 by Anna

* 조회 있는 날이라 열나게 뛰어서 환승 버스에 올라탔다, 헥헥.
진짜 100m 정도 거리인데 그냥 지각하고 말지 이런 합리화에 절로 도달하면서도 10분 기다려야 된다는 생각에 왜 이렇게 몸서리쳐지게 달렸는지 좌석에 풀석 앉자마자 심장이 콕콕 쑤시는게 너무 아프다.ㅠ.ㅠ
지방아, 연소되거라....-.-

* 겨우내 찐 살, 정확하게는 저번 한 달 사이 폭식으로 찐 살 빼느라 너무 스트레스다.
치마 입기도 싫고 짜증만 난다.
어제 사이클 돌리고 잤는데도 살이 안 빠져...
1000원짜리 헤이즐넛향 싸구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버스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갔다.
45kcal이니까 괜찮겠지.
빨대로 쭉 한모금 빨아들이니 와, 살 것 같다.... 
1000원의 행복.

* 생각해보니 올 해 들어 별다방 콩다방 한 번도 안 갔다.
기껏해야 EDIYA가 싸니까 둘이 가서 한 잔 시켜 먹은 게 2번. 
홍대 카페에도 가고 싶고, 이태원 레스토랑에도 가고 싶어 너무 짜증이 나서 토요일부터 기분이 잡쳐있었다.
공원이나 길거리만 하릴없이 쏘다니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모든 것이 Z 탓이라고 생각하고 막 쏟아부었는데 돌아보면 결국 갈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은 건 내가 올 해 돈을 모으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견뎌야지....
살뜰이 모아서 자리 잡히면 휘휘 자유로이 여행이나 하면서 살거야ㅡ.ㅡ

* 스크루지 영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 말년이 꼭 내 것처럼 될까봐서.
어제도 J와 얘기하다 '스크루지같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혼자라고 느끼는 것 같다.
엄마도, 아빠도,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곤 결국엔 아무도 없다고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어느정도는 정신분석에서 얘기하는 '잘못된 인식'이란 것도 안다.
부모님은 날 사랑할테니까, 그래도...
선생님은 나에게 그걸 인식하는 건 좋은 출발이라고 했다.
노력할거다...

Aphonia by Anna

발성은 가능한데 말할 때만 무발성인 A.
금붕어라고 놀리면 목젖이 보이게 웃는다.
한꺼번에 약을 털어넣고 자살하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저산소증으로 14년째 병원생활을 하는 A.
불량서클의 괴롭힘과 물주 노릇,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앞두었지만 미숙했던 초임 선생님은 결국 A를 더 궁지로 몰아넣었던 것 같다.
A는 말을 하지 않고 울었다 웃었다 한다.
요즘 '야', '언니' 두 번의 말소리를 산출했다고 해서 어머니는 조금의 희망을 가져본다는데 어떤 계기가 있어 말문이 트였으면 바래본다.
이제 또 사정으로 퇴원을 앞두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조금만 더 지나보면 그 계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체념과 바램과 그럼에도 딸을 바라보는 연민의 모습이 마음에 아프게 남는다.


Titanic by Anna

타이타닉 3D로 보았다.
사실 이 영화 정말 보기 싫었는데...
너무 슬퍼서...슬퍼서 눈물 줄줄 쏟아질 걸 알아서 마음이 감당이 안 될 듯 했다.
그리고 97년에 나온 영화를 15년이나 지난 지금...
15살이나 더 먹은 내가 본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ㅠ.ㅠ
여하간 세 시간짜리 영화를 일 초의 지루함없이 보고 나왔다.
시간이 흘러도 좋은 영화란 이런 영화인가 보다.
그러나 늘 그렇듯 나는 타이타닉을 다시 볼 자신은 없다.
죽어간 Jack과 살아남은 Rose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에서 사람들이 각기 죽음에 대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운 좋게 죽음을 미리 예고받는다면 단역 출현한 그 신사처럼 초연한 마음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신사답게 죽고싶다던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배를 만든 사람으로 출연한 배우는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금발이 너무해'에서 성추행 교수로 나온 그 분이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2012.4.11.수 by Anna

오늘 눈 부어서 일 갔다.
어제 새벽 2시까지 울었다.
나 정말 정말 죽어도 정규가 너무 하기 싫어서.
나도 정규가 왜 이렇게 싫은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잠깐 정규로 일할 때 아무리 노처녀 미친년 상사가 미친 짓을 했다해도, 데였다해도 이건 아니다.
그때도 이미 나는 온통 그만두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무슨 트라우마가 있나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다가 어제 한바탕 지랄 지랄을 하고 울고 미친 짓을 하고 결국 오늘 아침 눈을 뜨자 마음이 진정되었고 떠올랐다...
똑같은 감정, 똑같은 경험이...

부산에서 성남으로 전학 왔을 때,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 달랐던 중학교.
끔찍하게 보수적이었던 학교.
첫날부터 정말 너무너무 가기 싫었는데 얼마나 참고 버티며 다녔는지.......
그 기분이었다....등교길....
그래도 열심히 해야 하는 줄 알고 공부하다보니 2년이 흘렀다.
공부도 제법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올라가기 바로 전, 원하던 학교에 입학 예정되어 있을 때 우울증이 왔다.
그런데 갑자기 또 고등학교 전학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두 번의 트라우마가 2년의 텀을 두고 온 셈이다.
운도 더럽게 없지.

고 1 올라가던 첫 날.
전학가기 전 성남의 여고를 일주일 동안만 사복 입고 다녀야했다.
정말 등교할 때 미치는 줄 알았다.
남고 여고 다 거쳐 맨 마지막에 내가 다닐 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시선, 다들 단짝을 찾아 헤매는 새학기에 아무도 내게 말 걸지 않는 교실에서 일주일을 내내 침묵.
그래도 수업은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했다.
맨 뒷줄에 앉은 나를 과학 교사가 넌 전학갈 얘가 눈빛이 초롱초롱하다고 했었다.
습관이었을 뿐 사실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점심 시간은 혼자 먹었는지, 체육 시간에는 무엇을 입었는지, 등교길은 누구랑 함께였는지(아, 다행히 중학교 친구 나리랑 함께였다, 나리에게 고맙다....)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나는 일주일을 우울증과 공황상태로 집에 돌아왔고 엄마는 중학생이 된 동생과 먼저 수원에 내려가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늘 혼자였다.
애완견 쟈키도 반 미친 내 상태를 알았는지 갑자기 아무데나 오줌과 똥을 지렸고 나는 그때 알았다.
개새끼도 아는구나, 사람 상태를.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그 일주일, 학교 안 다녀도 되는거였다, 개근상이 뭐라고.
엄마랑 아빠가 예민한 내 상태를 신경 안쓴거다.
내가 우울증이 왔다고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일주일 가지 말라고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됬을 걸 개근이 뭐라고...욕 나온다...

수원에 있는 고등학교를 가서도 학교 생활은 끔찍했다.
그냥 호기심 어린 친구들의 눈빛이 기억난다.
뒤늦게 합류한 이방인에 대한...
그렇지만 3년 내내 나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검정고시와 대안학교를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두번째로 도움을 요청한 고1 담임에겐 가정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고 수치심만 더했다.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때만해도 나는 아직 사람에게 벽을 쌓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겉으로 나는 문제 없어 보였다.
꽤 모범생 타입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책도 많이 읽었으니까.
나에게 학창 생활은 고통스런 기억이다.

아.....회사 가는 게 학교 가는 거랑 똑같은 기분이었어...두려워.
아침마다 지하철에, 만원버스의 회사원 틈바구니에 끼여 출근하는 게 너무나 끔찍하다 느꼈던 것은 등교길, 몰려가는 학생들 틈에서 학생 신분으로 회귀한 듯 해서였다.
일종의 연상작용.
나는 내 자식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 진심으로....
지금은 이것이 내가 집단생활에서 좌절한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의 괴로움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극복하지 못했다.

정규로 출근하던 날, 비가 오고 있었다.
그날 출근하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물론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고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났다.
스물 네살이나 먹은 어른이 아니라 중학생으로 돌아가 울고 있는 나....


위로 by Anna

위로는 그 사람에게 적절한 위로여야 진짜 위로고 사랑도 그 사람이 바라는 사랑이여야 사랑이다.
내 입장에서 이래서 이랬는데, 저래서 저랬는데.
나한테는 그 위로도, 사랑도 다 짐만 되서 돌아올 뿐이다.
외로움은 더 짙어지고 사랑한다는 감정은 포기하고 싶어진다.
사랑하는데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걸까?
나는 안아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야.
그럼 네 맘은 편하겠지.
난 결국 아무 위로도 못 얻었는데.
내게 필요한 건 거짓말인 것 다 알지만 네 문제 따위 내가 다 해결해줄게 하는 그 두둑한 배짱이란 말이야.
결국엔 스님들이 쓴 명상책이나 읽고 내 맘이나 다스려야겠다 하는 다짐을 한다. 씨...


할머니와 오리알 by Anna

할머니라 불러도 될까.
66세이니까.
인상이 좋으신 그 분은 내가 하는 말을 어느정도 이해하시지만 말씀은 많이 버벅거리신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표현이 힘들다.
그저 성한 왼쪽 팔로 서툴게 표현을 하신다.

할머니는 복이 많으신 분 같다.
남편되시는 할아버지도 온화하시고 할머니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 다정하더라...
그러다보니 돌봐주시는 간병인 여사님도 할머니를 언니처럼 아끼는게 눈에 보인다.

오늘 그 간병인 여사님이 치료 시간에 갑자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오리알 두 개랑 빨대 꽂힌 요쿠르트를 쟁반에 들고 들어오셨다.
하나를 까서 소금에 찍어주시는데 맛이 좋다.
태어나서 삶은 오리알은 처음 먹어본다.
사실, 경동시장 지나다니면서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쪼그리고 앉아 오리알 까먹는 모습 여러 번 봤지만 너무 커서 나는 좀 징그러웠는데 정성 때문에 감사히 먹었다.
여사님은 오리알이 콜레스테롤도 낮고 몸에 좋다며 직접 공수해오셨다고 한다.
매일 할머니 간식으로 챙겨드리는 모양이다.

까탈스런 환자도 많은데 할머니같은 분이면 내가 간병인이라도 같이 있고 싶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이 할머니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소녀같이 잘 웃으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왠지 까탈스런 할머니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때가지 살아있다면 말이다.


시벨리우스 Valse Triste by Anna

토플학원 다닐 때 엄청 웃기는 여자애가 있었다.
생긴 것은 아줌마스러웠는데 의외로 바이올린하던 부잣집 음대생이었다.
동갑내기이던 그 친구가 들어보라고 건네준 mp3에서 한번 듣고 반해버릴 클래식이 흘러나왔는데 그게 바로 시벨리우스의 valse triste, 슬픈 왈츠였다.
나는 이 음악이 라흐마니노프 2번 협주곡과 비슷한 정서라고 느꼈다.
어제 잠이 드는데 valse triste가 듣고 싶었다.
듣는데 문득 죽을 때 이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 속에서 가만히 누워있는데 바깥에서 아빠가 티비 보는 소리가 난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날 떠나버렸다가 내가 나 혼자 보란듯이 당당하게 일어섰을 때 다시 날 찾아왔던 사람이다.
사랑과 야망 마지막 장면에 미자가 서럽게 우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 울음이 날 것 같다.
그 역시... 
내가 바라던 말은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늘 그렇듯 내게 서운한 눈치만 보인다.
기댈 곳은 없고 가슴은 답답하다.
결국에 근원적인 외로움은 혼자 해결해야한다는 걸, 누구도 내 절망과 원초적인 외로움은 쓰다듬어 줄 수 없다는 걸 이렇게 또 인정하며 잠이 든다. 

아침에 좀비처럼 무뇌로 일어나 출근을 했다.
어떤 친구가 지 맘대로 약속을 잡은 듯한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지 못해서 그냥 씹어버렸다.
외국에 사는 친구가 한국에 놀러오고싶다고 한다.
다 어떤 식으로든 내 등골 빼먹으려는 인간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니까.
그래도 한편으론 쳇, 웃겨 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진짜 웃긴다.


강박증 by Anna

초등학교 4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강박증이 생겼었다.
강박증은 일종의 불안장애로 강박적 사고나 행동을 특징으로 한단다.

나는 특히 청소하기와 글자쓰기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는데 이것 때문에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예를 들면 학교와 학원에 도착하면 책가방과 학원 손가방에서 물건을 다 꺼내고 뒤집은 다음, 손을 넣어서 먼지를 탈탈탈 털고 그 다음 물건을 집어넣고 일과를 시작했었다.
수업이 마치면 똑같이 물건을 다 꺼내고 먼지를 털어낸 후 도로 담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이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분명 어른인 내가 나같은 애를 보면 얘가 좀 어딘가 강박적이라는 걸 금방 알텐데 말이다.
엄마나 아빠는 이에 대해 한번도 뭐라 언급한 기억이 없다.
학원 선생님은 내가 학원에 갈 때마다 얘들 가방 엎어지고 흩어진걸 정리해주니 기특하다고 칭찬만 해주었었다.

두번째는 글자 쓰기였다.
나는 일 년내내 글자를 자를 대고 썼다.
자음과 모음의 한 획 한 획이 닿는 그 부분이 튀어나가는 걸 견디질 못했다.
분명 어른 누군가가 보았으면 어딘가 좀 문제가 있는 행동인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나는 진짜 미치는 줄 알았는데.
자 대고 쓰는 글자니까 얼마나 웃겼을까 생각해보라고....
아...글을 쓰면서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강박증은 첫째로 세로토닌 분비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세로토닌 분비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면 지금의 나의 취약한 증상들과 무관하지만은 않은 듯 하다.
또한 여전히 나는 전보단 옅어졌지만 강박의 흔적을 지닌 채 살고 있다.
예를 들면, 집으로 돌아오면 무조건 손을 씻고, 옷을 벗고, 씻고, 밥을 먹고, 밥을 먹을 땐 TV를 보고, 그 다음 간식을 먹고, 내 방으로 돌아가 책을 보거나 쉰다.
미친 듯이 배가 고파도 순서가 어그러지는 법이 없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내 머릿 속으로 모든 자잘한 일과와 순서, 계획이 다 정해져있고 룰을 세워놓고 그대로 지킨다.
이게 뒤틀리는 순간 스스로가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물론 요즘은 일부러 밥 먹고 씻기도 한다.

그리고 분명 스트레스 요인도 간과할 수도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3-4학년 당시 나는 무척 예민해있었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었다.
어쨌건 그 강박증은 다행히 서서히 사라졌고 지금은 내 생활에 흔적만 남아 있다.
가끔 TV에서 강박증 아이들이 나오면 숨이 막힌다.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울까하는 생각때문에...


운동회에 관한 기억 by Anna

김형경 작가의 '좋은 이별'을 읽고 있다.
나를 분석하는 글이 많아진 이유다.
이 글은 작년 10월이나 11월쯤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릴 무렵 작성되었어야한다.

집 근처 초등학교를 오후 느즈막히 거닐고 있는데 가을이라 하늘은 높고 파랬다.
운동장에서 우렁찬 목소리의 여교사가 마이크를 집어 들고 아이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초딩들이 운동장을 꽉 메우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보니 숨이 막힌다. 어지럽다.

나도 저 무리의 일원일 때가 있었다.
그때의 기분을 떠올려보았다.
극도로 싫다.
매일같이 일정한 시간이 되면 다같이 나와 부채춤을 연습하고 땡볕에서 일렬로 나란히 서서 하나, 둘 구호 세며 앉다가 누군가 멍충이같은 얘가 하나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세고 이런 연속적인 일들이 너무나 짜증스러웠다.
물론 나는 그때 나름 모범생이였고 순진했고 선생님 말은 무조건 순종해야 되는 걸로 알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음에도 꿋꿋히 참아냈었다.

피크인 운동회날은 더더욱 싫었다.
흙먼지 날리는 가운데 앉아서 차례가 되면 달리고, 던지고, 당기고 뭐 이런 행위들이.
그리고 반복되는 수업-쉬는 시간-수업-쉬는 시간-하교의 일과가 깨어지고 변칙이 생기던게 불안했던 것 같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소풍도, 수학여행도 싫어했다.
불안했기 때문에.
그러고보면 나는 지금도 반복되는 일과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듯 하다.

직장동료와 별자리 분포의 상관관계 by Anna

나는 사람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 못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인상으로 기억하는 편인데 별점은 그래서 유용하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 중 이름은 기억 못해도, 얼굴은 안 떠올라도 다행인지 어쩐건지 별자리와 성격은 기억한다.
그리고 사실 스스로가 별자리를 좋아하고 어느정도 믿는 편이다.

이번 직장이 희한하게 맘이 편하고 사람들이 나랑 잘 맞는 것 같애서 간단한 조사를 해보았다.
선생님들이 총 53명인데 사진이 박혀있는 조직도를 구해다가 생년월일 대조해서 별자리를 표시해보았다.
그리고 통계를 내보았더니 나랑 똑같은 별자리인 물병자리가 제일 많았다.
물병자리는 원래 남 일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많으니 unit에서 나 혼자 일해도 뒷 말이 그닥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닌데 unit에 한 사람만 들어가 일하면 별당아씨니 뭐니 하면서 무성한 소문이 도는 경우가 엄청 많다.
그리고 또 물병자리와 궁합이 잘 맞는 쌍둥이자리와 천칭자리 비율도 꽤 높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모든 일을 보고해야하는 직속상사가 게자리였는데 이 분은 정말 다정다감하고 자상하시다.
왠지 아버지같은 느낌이랄까, 너무 잘해주시니 나로선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분.
게자리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듯...다행이다!

자, 이제 변수가 있다면 내가 별로 내켜하지 않는 황소, 처녀, 전갈자리.
황소자리는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몇 일 전부터 내 심기를 계속 건드리는 사람 중에 한 명이 있었는데 이 집단에 들어가있었다.
황소자리는 성실하지만 융통성 없고 고집도 좀 있으니 내가 좀 조심해야한다.

두번째로 처녀자리는 은근히 까다로운 집단.
성실하고 지적이고 모범생인 처녀자리도 꽤 높은 비율로 있었고 특히 제일 상사 중에 처녀자리가 두 분 있다.
집단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삐딱하게 보일 수 있다.ㅠ.ㅠ
이걸 만회할 방법을 찾아야한다....ㅠ.ㅠ
다른 식으로라도 의사소통을 잘하도록 노력하자....

마지막 전갈자리.
좋을 땐 좋은데 돌아서면 무서운 전갈자리.
다행히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한 쌤을 여기에서 만났는데 나한테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이 쌤이 전갈자리다. ㅋㅋ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사자자리도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고 꾸미지 않아 좋아하는데 홀로 있는 내 방에 적극적으로 찾아와 같이 수다떨던 쌤이 이 사자자리였다.
사자자리는 어딜가나 튀나보다.
나는 어쨌든 이 사자자리가 참 좋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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